[논설] 지천댐 물은 누가 쓰고, 희생은 왜 청양이 떠안나

정부가 지천댐 건설을 다시 추진하기로 하면서 청양의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천댐 문제를 단순히 ‘찬성이냐, 반대냐’의 싸움으로 몰고 가서는 본질을 놓친다. 핵심은 분명하다. 지천댐의 물은 누가 쓰고, 댐 건설에 따른 부담은 누가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 27일 지천댐을 포함한 5개 신규 댐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천댐은 총저수용량 5,900만 톤 규모로 건설해 하루 18만 톤의 물을 청양·부여를 포함한 금강권역에 공급하는 다목적댐으로 추진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지천댐의 성격이다. 당초 홍수 방어에 무게가 실렸던 지천댐은 최근 충청권 메가프로젝트 등에 따른 신규 용수 수요가 반영되면서 용수 공급 기능이 더욱 커졌다.

국가적인 물 관리와 미래 산업을 위한 용수 확보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청양은 물어야 한다. 물을 필요로 하는 곳과 댐 건설의 부담을 떠안는 곳이 다르다면, 그 비용과 편익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루 18만 톤, 어디로 가는지부터 밝혀라

정부는 지천댐에서 확보되는 하루 18만 톤의 물이 청양·부여를 포함한 금강권역에 공급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한 단계 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청양과 부여에는 얼마나 공급되고, 다른 지역에는 얼마나 공급되는가. 향후 산업단지와 첨단산업의 용수로는 얼마나 사용될 것인가.

지천댐의 물로 다른 지역의 산업과 기업이 성장하고 경제적 편익을 얻는다면, 댐 건설에 따른 생활환경 변화와 농업기반 훼손 우려, 재산권 문제와 공동체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청양에도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돌아와야 한다.

혜택은 밖으로 가져가고 부담만 청양에 남겨서는 안 된다. 더욱이 청양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절박한 현실에 놓여 있다. 국가 산업발전을 위해 청양이 부담을 감당한 결과가 주민 이탈과 지역 쇠퇴로 이어진다면 그것을 어떻게 균형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보상금이 아니라 ‘청양의 미래’를 내놓아야 한다

김홍열 청양군수 역시 지천댐의 국가적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청양군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추진 결정을 발표한 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확실한 보장 없는 청양의 일방적 헌신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지원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를 단순히 ‘보상을 더 달라’는 주장으로 봐서는 안 된다. 정부가 청양에 요구하는 것은 토지 몇 필지의 수용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의 생활터전과 농업기반, 지역 생태환경은 물론 앞으로 수십 년간 청양의 발전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다.

따라서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도 일회성 보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 이주와 재정착, 생계와 농업 대책, 지역 인프라와 관광·생태자원 개발, 장기적인 지역발전 사업까지 포함한 ‘청양의 미래계획’​을 댐 건설계획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

특히 지천댐의 물을 이용해 산업적·경제적 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그 편익의 일부가 댐 주변지역에 장기적으로 돌아오는 제도적 장치도 논의해야 한다. 물을 수십 년 동안 이용하면서 지역에는 한 번의 보상만 남기는 방식으로는 주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청양을 ‘국책사업 반대지역’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청양 주민들의 의견도 하나가 아니다. 댐 건설을 지역발전의 기회로 보고 찬성하는 주민들이 있는 반면, 환경 훼손과 공동체 붕괴 등을 우려하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주민들도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어느 한쪽을 앞세워 다른 한쪽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왜 지천댐이어야 하는지, 다른 대안은 충분히 검토됐는지, 확보되는 물은 어디에서 사용되는지, 청양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무엇이며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하나씩 공개하고 설명해야 한다.

청양군민이 묻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지천댐의 물은 누가 쓰는가. 그 물로 누가 이익을 얻는가. 그리고 그 대가로 청양에는 무엇이 남는가. 정부와 충남도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은 채 사업 추진 속도만 높인다면 30년 넘게 이어져 온 지천댐 갈등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천댐의 성패는 콘크리트를 얼마나 빨리 붓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주민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고, 얼마나 공정하게 편익을 나누며, 얼마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청양의 부담을 전제로 충남의 미래를 만들겠다면 그 미래 안에 청양의 몫부터 분명하게 넣어야 한다. 물을 가져갈 계획보다, 청양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부터 내놓아야 한다.

작성자 충청방송